[동아일보] 《회사원 이모(34) 씨는 부인, 아들과 함께 14일부터 4박 5일간 말레이시아의 휴양지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다녀왔다. 코타키나발루의 최고급 리조트 중 하나인 탄중아루에서 묵고, 가격이 싼 현지 항공사 대신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는 ‘럭셔리 투어’였지만 비용은 세 사람 합해서 80만 원밖에 안 들었다. 이 씨가 이용한 리조트와 항공기로 구성된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경우 성인 2명 요금이 210만 원, 아동 1명 75만 원 등 최소 285만 원 정도 든다. 그는 어떻게 200만 원 이상 싸게 여행을 다녀왔을까.》 ‘체리 피커’들에게 배우는 마일리지 사용 노하우 마일리지와 신용카드 서비스를 결합해 해외여행을 국내여행보다 저렴하게 다니는 ‘체리 피커’들은 나름의 비법을 갖고 있다. 체리 피커란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 실적은 낮으면서 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부가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소비자. 고수급 체리 피커들은 인터넷에 비공개 카페를 만들어 그들만의 노하우를 공유한다. 널리 알려지면 신용카드회사 등에서 혜택을 줄일 것을 염려해서다. 그들의 비밀스러운 노하우를 살짝 들여다봤다. ○200만 원 싸게 해외여행 하는 비결 이 씨는 그동안 적립한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해결했다. 그는 2005년 6월 승용차를 구입하면서 마일리지를 본격적으로 적립하기 시작했다. 우선 승용차 구입에 앞서 씨티은행 아시아나클럽 마스터카드를 만들었다. 이 카드는 당시 사용금액 1000원당 2마일 적립 혜택을 줘 신용카드 중 마일리지 적립률이 가장 높았다. 그는 카드사에 요청해 한도액을 일시적으로 늘린 뒤 승용차 구입 대금 1500만 원을 카드로 결제해 한 번에 3만 마일을 쌓았다. 해외 출장이 잦은 이 씨는 출장 갈 때도 가급적 아시아나만 이용하고, 이 씨 부인도 보험료, 휴대전화요금 등을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결제해 차곡차곡 마일리지를 적립했다. 이 씨는 이렇게 모인 12만3000마일 중 말레이시아를 다녀오면서 10만8000마일을 사용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왕복 티켓에 4만 마일이 공제되기 때문에 이 씨네 가족 3명의 왕복 티켓에 대해서는 12만 마일이 공제된다. 하지만 가족 2명 이상이 같이 탑승하면 10% 할인혜택이 있어 1만2000마일리지가 덜 공제됐다. 이 씨 가족은 여행 직전 가입한 신용카드 부가 서비스를 이용해 리조트 숙박비도 아꼈다. 비씨카드는 연회비가 12만 원인 플래티늄 회원들에게 하룻밤 숙박비가 300달러 이하인 해외 리조트의 1박 숙박권을 1년에 한 차례 제공한다. 이 씨가 머문 탄중아루 리조트의 하룻밤 숙박비는 180달러였다. 연회비나 하룻밤 숙박비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체리 피커 중에서도 지존급인 이 씨는 연회비도 내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로얄클럽통장을 개설하고 이 통장을 비씨카드 결제 계좌로 연결하면 첫 해 연회비가 면제된다. ○성수기에는 외국항공사, 비수기에는 국적기를 이용 마일리지는 쌓는 것보다 사용하기가 더 힘들다.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항공권은 빈 좌석에 대해 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성수기에 마일리지를 이용해 국적기 항공권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고, 비수기에 비해 50%가 더 공제된다. 고수들은 성수기에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대신 외국 항공사를 이용한다. 외국 항공사는 국적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좌석 예약이 쉽다.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있다면 대한항공이 가입한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 소속 12개 외국 항공사를, 아시아나항공 회원은 ‘스타 얼라이언스’ 회원사인 16개 외국 항공사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수기에 홍콩을 다녀올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비수기 4만 마일보다 50% 많은 6만 마일이 공제된다. 하지만 스타 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인 타이항공이나 싱가포르 항공은 성수기 비수기 구분 없이 1년 내내 4만5000마일만 공제된다. 항공 동맹체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은 일반적으로 회원 항공사 공제 기준보다는 높은 반면 나라마다 성수기가 달라서 성수기 기준을 별도로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항공 동맹체의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면 국적기를 이용할 때보다 더 적은 마일리지로 여러 도시를 다닐 수 있다. 가령 스타 얼라이언스 회원사인 에어 뉴질랜드를 타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에 갔다가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를 둘러본 뒤 호주 시드니까지 찍고 다시 인천공항으로 오는 데 필요한 마일리지는 8만 마일이다. 반면 성수기에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인천-시드니를 왕복하면 10만2000마일이 공제된다. 비수기에는 이 구간이 6만8000마일 공제되지만 성수기여서 50% 더 공제되는 것. 대한항공을 이용해 인천∼시드니 구간을 왕복하면 비수기에는 7만 마일, 성수기에는 10만5000마일이 필요하다. 비행기를 몇 번 더 타는데도 마일리지가 적게 공제되는 이유는 스타 얼라이언스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이 왕복 비행거리 구간별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왕복 비행거리가 8001∼1만 마일이면 5만5000마일이 공제되고, 1만1∼1만5000마일은 8만 마일이 공제된다. 인천∼시드니 구간은 왕복 거리가 1만354마일이다. 왕복거리 1만5000마일 이내에서는 시드니 외에 스타 얼라이언스 회원사인 에어 뉴질랜드가 취항하는 다른 도시들을 더 돌아다녀도 8만 마일만 공제된다. 단,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기 전 미리 항공 일정을 확정해야 하고, 일단 확정된 일정은 변경이 안 되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반면 비수기에는 국적기를 이용해야 마일리지가 덜 공제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마일리지 듬뿍 쌓는 카드 따로있네!▼ 마일리지를 잘 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고수들은 마일리지를 비행기만 타서 쌓지 않는다.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이용한다. 마일리지를 쌓으려는 체리 피커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용카드는 KB프렌드카드. 대부분 신용카드가 사용금액 1000원당 1마일 적립되는 데 비해 KB프렌드카드는 1000원당 1.5마일이 적립돼 신용카드 중 마일리지 적립률이 가장 높다. 대한항공은 적립이 안 되고 아시아나항공만 적립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0원당 2마일을 적립해 주는 씨티은행 아시아나클럽 마스터카드가 ‘지존’이었지만 올 1월부터 1500원당 2마일로 바뀌면서 인기가 좀 떨어졌다. KB프렌드카드는 KB카드 홈페이지 상품 안내에서도 빠져 있고 신규 발급도 안 된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KB카드를 발급받은 뒤 프렌드카드로 교체하면 된다고 체리 피커들은 귀띔했다. LG카드가 동화면세점과 제휴해 개발한 ‘LG동화면세점트래블플래티늄카드’도 적립률이 높다. 1500원당 2마일로 KB프렌드카드보다는 낮지만 다른 신용카드보다는 높다. LG카드에서는 마일리지 적립을 원하는 고객에게 1500원당 2마일 적립에 연회비가 1만5000원인 LG트래블카드를 권하고 있지만, 체리 피커들은 연회비가 없고 동화면세점 이용 시 15% 할인 혜택이 있는 동화면세점카드를 더 선호한다. 외환은행이 5월 출시한 ‘뉴 스카이패스카드’는 해외에서 이용하는 금액에 한해 1500원당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3마일 적립해 준다. 통상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대한항공의 적립률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국내 면세점은 1500원당 2마일, 국내 이용금액은 1500원당 1.5마일을 적립해 준다. 최근 들어서는 LG텔레콤의 17마일 요금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기본통화료와 국내통화료를 합친 금액이 월 7만 원 이상이면 1000원당 17마일이 적립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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