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짠순이는 남은 배추 한잎에 숨은 맛도 살려낸다
북어대가리로 육수내면 개운하고 감칠맛
밀가루 대신 쌀요리로 바꾸는 것도 대안
이덕진 생활칼럼니스트 dukjinyi@hotmail.com
물가가 장난이 아니다. 밀가루 제품은 20~30%까지 급등했고, 콩나물은 1000원어치만 사도 네 식구 충분히 먹던 양이 2000원어치는 사야 한끼를 해결한다. 주부들은 2월 한 달만 지난해보다 지출이 20%나 늘었다고 아우성이다. 대안은 한 가지! 허리띠를 조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궁상이라고 여기진 말자. 헬렌 니어링이나 '자연주의 절약생활'이란 책을 낸 야마자키 에리코는 생활의 깊은 멋과 맛은 바로 단순하고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짠순이로 '즐겁게' 사는 비법을 모아봤다.

◆배추 겉잎은 국 끓일 때, 시금치 대신 달래와 냉이

봄 김치를 담가볼까 했더니 배추, 무, 대파 가격이 꽤 올랐다. 이럴 때 진정한 짠순이는 값 오른 채소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 구입한 채소를 남김 없이 활용한다. 배추를 다듬으면서 나오는 겉잎이나 잎사귀는 데쳐서 우거지로 냉동했다가 국 끓일 때 활용한다. 양배추는 심을 도려낸 자리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자연스럽게 벌어져 한 잎씩 떼기 좋은 상태가 된다. 날 것인 채로 억지로 잎을 떼면 부서져버린다. 심은 육수 끓일 때 넣고, 절반은 쪄서 쌈장을 곁들여 낸다. 나머지 절반은 굵직하게 썰어 볶음 요리에 활용하고 그래도 남은 부분은 초절임을 만들어 밑반찬으로 두고두고 먹는다. 무 같은 뿌리채소는 사는 즉시 잎을 자른 뒤 부위별로 조리법을 달리한다. 단맛이 나는 윗부분은 무침이나 나물로, 매운 맛 나는 아랫부분은 조림용이나 국물용으로 손질한다. 제철 재료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 시금치는 한 단에 1000원이 넘지만, 요즘 한창인 달래, 냉이, 돌나물은 작년과 비슷한 시세. 시장에서 1000원이면 한 줌씩 살 수 있다.
◆채소 자투리 모아 육수 내기, 장아찌 만들기

1주일에 한 번 각종 자투리 채소를 모아 육수를 만든다. 무 한 토막, 양파 겉껍질, 대파의 누런 잎, 양배추 심까지 모두 해당된다. 흔히 멸치로만 육수를 내는데, 맛있는 음식점 육수의 비결은 북어 대가리와 양파 껍질에 있다. 북어대가리를 넣으면 국물이 비리지 않으면서 개운하고 감칠맛 난다. 양파 껍질은 잡 냄새를 없애주면서 양파 속처럼 풀어질 걱정도 없다. 큰 솥에 푹푹 끓인 뒤 밀폐용기에 냉동하면 1주일 내내 맛있는 국을 끓일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육수에 소면을 말아 아이들에게 라면 대신 먹이자. 무, 고추, 양파 등 자투리가 꽤 된다면 국물만 낼 게 아니라 얄팍얄팍하게 썰어 즉석 장아찌를 만들자. 간장, 설탕, 식초를 일정 비율로 섞어 끓여 붓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레시피들이 많다.

◆콩나물, 쪽파, 완두콩은 집에서 키워봐요

예전에는 콩나물을 집에서 키워 먹었다. 보통 대두를 이용하지만, 쥐눈이콩이나 서리태를 키우면 더 고소하고 맛있다. 마른 콩을 하루 정도 물에 불렸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체를 그릇 위에 올린 다음 콩을 고르게 깔고 물을 충분히 뿌린다. 그 위에 검은 천을 덮어 빛이 새지 않게 한 뒤 주방의 그늘진 곳에 두고 물을 자주 준다. 2시간만 물을 안 줘도 잔뿌리가 나오므로 수시로 물을 줘야 한다. 일주일이면 먹을 수 있다. 남은 콩나물은 1회용 봉지에 담아 콩나물이 담길 정도로 물을 부은 뒤 냉장실에 세워 보관하면 열흘은 싱싱하다. 대파나 쪽파도 집에서 키울 수 있다. 푸른 잎은 큼직하게 썰고, 연한 녹색 잎과 흰 대는 어슷하게 썰어 밀봉해 냉동시킨 뒤, 뿌리는 잘 거둬 키워보자. 뿌리를 너무 바짝 자르면 흙에 심거나 수경재배하기 어려우니 주의. 화분에 심었다면 물은 2~3일에 한 번 충분히 준다. 예쁜 유리볼에 쪽파 뿌리를 담아 볕 잘 드는 부엌 창가에 놓고 키우는 재미도 좋다. 심는 김에 완두콩이나 강낭콩도 화분에 심어보자. 물에 불려 뿌리가 나게 두었다가 화분에 옮겨 심으면 된다.
▲ 물가 겁난다고 빈 장바구니로 다닐 수도 없는일! 이럴 때 똑똑한 짠순이는 구입한 채소를 남김없이 활용한다. 양배추는 심까지 먹고, 대파와 콩나물은 집에서 키워 먹고, 양파는 겉껍질까지 육수로 활용하면 버릴 게 없다.
◆밀가루 값 올랐다고 제빵기 구입?

빵 값, 과자 값이 오르니 차라리 집에서 빵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제빵기 구입을 고려하는 주부들도 많다. 하지만 제빵기는 가격(10만원대 후반부터)이 만만치 않은데다 부피가 큰 기계라는 걸 잊지 말자. 또 식빵이나 모닝롤 등 발효가 필요하고 힘이 드는 반죽에는 도움이 되지만, 쿠키나 케이크처럼 즉석에서 굽는 과자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빵 한번 굽는데 반죽-발효-굽는 시간까지 2시간 이상 걸린다. 달걀, 버터, 설탕, 우유 등의 부재료까지 생각하면 식비가 그리 절약되는 것도 아니다. 제빵기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느냐가 관건. 다행히 제빵기는 각종 밀가루 반죽을 수월하게 하므로 수제비, 칼국수, 만두 등 밀가루 음식을 즐기는 집이라면 구입해볼 만하다.

아직은 밀가루가 싸다지만, 쌀 요리로 분위기를 바꿔 보는 것도 대안이다. 쌀국수를 칼국수처럼 집에서 반죽해 만들기는 쉽지 않다. 동남아 식재료를 파는 데서 구입해 넓적한 면은 칼국수나 소면처럼 활용하고, 가느다란 버미셀리는 샐러드에 넣는다. 동남아 쌀국수는 삶을 필요 없이 뜨거운 물에 담가 부드러워지면 건져 물기를 빼고 조리하는 게 대부분. 쌀수제비도 가능하다. 단, 쌀가루만으로 반죽하면 끈기가 부족하므로 단팥죽의 옹심이처럼 찹쌀가루를 섞어 반죽해야 찰기를 늘일 수 있다. 쌀가루로 빵을 만들기도 하는데 밀가루와 같은 효과를 내려면 제과·제빵 재료상에서 글루텐 가루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도 요령이다.



출처 : http://bbs.moneta.co.kr/nbbs/bbs.normal.lst.screen?p_bbs_id=N10381&top=1&sub=2&depth=1&p_tp_board=false&service=mini_hand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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