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33)는 요즘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문명5'에 빠져 대인관계를 끊었다.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 등과의 저녁 모임이 있어도 집으로 바로 직행하고 매일 같이 체크하고 글을 올리던 트위터도 하지 않는다. "직장에 있어도 온통 게임 생각 뿐이다. 게임 하느라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못자도, 일하는데 지장이 있어도 어쩌겠나. 친구보다, 애인보다 재미있는 걸…."
최근 문명5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다. '학생이면 학업을 포기하게 하고 직장인이면 직장을 포기하게 하고 결혼한 사람은 이혼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몰입성이 높은 해외 게임개발사 파이락시스게임즈의 문명 시리즈 최신작이 또 다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게이머 연락두절 속출?
지난달 북미와 유럽에서 선보인 문명5는 국내에서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다. 수입상이 소규모로 들여와 파는 영문판과 온라인 데모 버전으로 즐길 수 있지만 이미 상당수 게이머는 복제판을 구해 플레이하고 있다.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본 게이머는 문명5의 몰입성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와 게시판에는 "여러 날을 밤새서 하느라 날짜 개념이 사라졌다. 오늘이 며칠이냐" "헤어나오지 못할까봐 아예 안할 생각이다", "친구가 갑자기 트위터에서 사라졌길래 알아보니 문명5에 빠져있더라"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올라오고 있다.
특히 한글화를 위해 모인 한 아마추어팀의 팀원이 번역은 뒷전이고 게임에 빠져 연락이 두절됐다는 글과 영화 '실종' 포스터를 이용한 패러디물이 게이머들에게 공감을 사며 급속히 퍼지고 있다.
●문명5가 도대체 뭐길래
문명5는 세계 3개 게임개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시드 마이어가 1991년 처음 내놓은 이후 20년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문명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2005년 문명4 이후 5년만에 출시됐다.
게이머는 구석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인류의 문명 발전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서 한 문명의 지도자가 돼 국가의 경제·군사·문화·기술 등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인더스 강과 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그리스와 로마 등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 등 18개의 문명 중 하나를 선택하면 해당 월드맵에 작은 영토가 생긴다.
이후 자원을 모아 영토를 확장하고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켜 국가를 만들어가면 된다. 이 과정에서 각 문명은 전쟁이나 외교, 무역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다른 문명보다 앞서면 게임에서 이긴다.
●턴제 전략시뮬레이션 진수 보여줘
문명5는 상대 진영을 밀면 끝나는 스타크래프트와 땅따먹기로 영토를 확장해 승패를 결정짓는 삼국지와는 다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군대를 양성해 상대 국가를 무력으로 무너뜨린다고 무조건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발전시켜 우주선을 쏘아올리거나 유토피아를 건설하거나 UN을 설립해 최고 지도자가 되어도 게임에서 이긴다. 그만큼 다양한 선택와 전략 구사가 가능한 것.
턴제 방식도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턴제란 장기나 바둑을 두듯이 자신의 턴과 상대의 턴을 번갈아 가며 게임 내 캐릭터를 조작하는 것으로 문명5에서는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상대의 플레이를 기다려야 한다.
N사의 한 개발자는 "턴제 게임은 자신이 게임에서 한 행동의 결과를 턴을 진행시켜가면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문명 시리즈는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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